260 나노미터!
박테리오파지, 줄여서 파지는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이며, 이름은 “집어삼키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단어에서 왔다. 이 사이트의 그림은 T4와 같은 모양의 파지를 보여 준다. T4는 세균인 Escherichia coli(대장균)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이다. T4는 머리 꼭대기에서 꼬리 끝까지 길이가 약 260나노미터이다.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이다.
바이러스에는 여러 가지 모양이 있으며, T4 같은 파지는 생물학자들이 복합형이라고 부르는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런 파지에는 바이러스의 DNA를 담은 머리, 꼬리, 그리고 세균에 달라붙는 섬유가 있다. T4는 바이러스와 세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연구하는 모델로 오래 쓰여 왔고, 아주 세밀하게 측정되어 있다.
T4의 머리는 길쭉하게 늘어난 20면체로, 길이가 120나노미터, 너비가 86나노미터이다. 머리에는 길이가 약 171,000염기쌍인 DNA 분자 하나가 들어 있다. 염기쌍은 DNA 사다리의 가로대 하나이다. 머리 아래의 꼬리는 길이가 약 140나노미터이다. 꼬리의 바깥 외피는 길이가 92.5나노미터, 너비가 24나노미터이며, 그 끝에는 너비가 약 52나노미터인 육각형 기저판이 있다.
길고 한 군데가 꺾인 꼬리 섬유 여섯 가닥이 다리처럼 기저판에서 뻗어 나온다. 섬유 하나의 길이는 약 144~160나노미터로, 꼬리 자체보다 조금 더 길다.
파지는 먼저 세균 표면의 특정 분자에 달라붙는다. 대부분의 파지는 세균 한 종, 심지어 한 균주만 감염시킬 수 있다. 이어서 T4의 꼬리 외피가 수축하면서 주사바늘처럼 작용해, 바이러스의 DNA를 세포벽을 통해 주입한다. 머리와 파지의 나머지 부분은 밖에 남는다.
세포 안에서는 파지의 유전자가 세포를 장악하고, 세포는 새 파지의 부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새 파지가 조립되면 세포가 터져 열리면서 파지를 내보내고, 이 파지들은 다른 세포를 감염시킨다. 감염된 세포 하나는 T4 같은 파지를 약 100~300개 내보낸다.
파지는 저마다 특정 세균만 공격하므로, 의사는 파지를 세균 감염 치료에 쓸 수 있다. 이를 파지 요법이라고 한다. 파지는 20세기 초에 발견되었다. 이후 페니실린과 다른 항생제가 발견되자 대부분의 나라는 파지 요법을 버렸지만, 옛 소련과 동유럽의 몇몇 나라는 계속 사용했다.
파지는 항생제보다 나은 점이 하나 있다. 목표로 하는 세균만 죽이는 반면, 항생제는 몸속의 유익한 세균까지 죽인다. 2016년에 나온 미생물학 교재는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이 점점 늘고 있어서 파지 요법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한다.